서론 – 감정을 모른다는 건 이상한 게 아니다
“기분이 어때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한참을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냥… 모르겠어요.”
화난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닌데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확신이 없다.
이럴 때 우리는 종종 자신을 이상하게 느낀다.
“왜 난 감정을 잘 못 느끼지?”
“혹시 내가 둔감한 사람인가?”
“내가 감정적으로 고장 난 건 아닐까?”
하지만 감정을 잘 모르는 건 이상하거나 결함이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오히려 오랫동안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온 사람들의 방어 기제이자 생존 전략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거나, 표현한 감정이 비난받았거나,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감정 감각은 점점 무뎌지고 묻혀버린다.
이 글은 감정을 모르겠는 당신에게,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감정을 다시 느끼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감정 감각 복원 루틴 3단계를 제시한다.
1단계 – 감정이 아닌 ‘신체 감각’부터 기록하는 루틴
감정은 몸에서 먼저 시작된다.
우리는 감정을 몰라도 몸의 느낌은 더 쉽게 인식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감정을 잃어버렸을 때 처음 실천한 건 “감정 대신 몸의 감각을 기록하는 루틴”이었다.
이건 아주 간단한 습관이다.
하루 3번,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이다.
- 지금 내 몸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지는 감각은 무엇인가?
- 몸이 무거운가, 가벼운가?
- 배, 가슴, 어깨 중 어디에 긴장이 있는가?
- 숨은 얕은가 깊은가?
예시 기록)
“오전 10시 – 어깨가 무거움. 가슴이 답답함. 배는 긴장된 느낌.”
“오후 3시 – 등 쪽이 뻐근함. 숨이 얕아짐.”
이렇게 신체 감각을 언어화하면 점차 “이런 감각이 있을 땐 나는 어떤 감정 상태였더라?” 라는 연관성이 생긴다.
예를 들어,
어깨가 무겁고 숨이 얕을 땐 →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가슴이 답답하고 한숨이 많을 땐 → 서운함이나 억울함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루틴은 감정을 억지로 캐내는 게 아니라 감정의 신체적 단서를 회복하는 루틴이다.
그리고 그것은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는 감각 통로’를 여는 첫 단계다.
2단계 – 하루 한 장면을 감정 없이 묘사하는 ‘감정 없는 일기 루틴’
감정 감각이 무뎌진 사람들에게 “오늘 감정을 써보세요”라고 하면 막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럴 땐 감정을 쓰지 않는 일기가 더 효과적이다.
이 루틴은 이렇게 구성된다.
“감정 없이 오늘 있었던 장면 하나를 묘사해보는 것”이다.
감정을 억지로 붙이지 않고 그냥 관찰자처럼 그 순간을 글로 옮기면 된다.
예시)
“오후 2시.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테이블은 밝은 나무색이었고,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길게 들어왔다.
한 여성이 노트북을 치고 있었고, 내 앞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단순한 장면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배경이 되는 감각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이 루틴을 며칠간 이어가다 보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저절로 붙기 시작한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던 것 같다.”
“말은 안 했지만, 마음속에서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이게 바로 감정 감각의 회복 신호다.
감정을 억지로 느끼려 하지 말고, 감정이 스며든 장면을 바라보는 훈련부터 시작하자.
3단계 – 감정을 대신하는 단어를 찾는 ‘내 감정 사전 만들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건 실은 감정을 표현할 언어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는 ‘기분이 나쁘다’는 말은 쉽게 하지만 그게 분노인지, 실망인지, 자책인지 모른다.
그래서 세 번째 루틴은 ‘내 감정 사전’을 직접 만드는 것이다.
이건 감정을 억지로 써내는 게 아니라 감정 단어를 수집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정의해보는 루틴이다.
실천 방법:
- 인터넷에서 감정 단어 1~2개씩 골라 기록
- 그 단어를 내가 느꼈던 기억과 연결
- 예: “서운함 – 내가 애쓴 게 인정받지 못할 때, 조용히 무너지는 느낌”
- 예: “두려움 – 결과보다, 내가 거절당할까봐 말을 아끼는 상태”
이건 단순히 단어 놀이가 아니다.
이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연습이며, 내가 내 감정을 인식하고 불러낼 수 있는 언어적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감정 명명(E-Motion Naming)이라 부른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면, 감정은 정체불명의 불안이 아니라 ‘내가 다룰 수 있는 감정 정보’가 된다.
이 루틴을 꾸준히 하면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때부터 감정은 서서히 말문을 트기 시작한다.
결론 –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해서,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다
감정 감각이 무뎌졌다고 해서 감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감정을 가지고 있고, 단지 그것을 잊고 살았을 뿐이다.
살면서 너무 많은 감정을 억누르고, 표현하지 못하고, 다치지 않기 위해 감정을 접어두다 보니 그 감정은 몸과 기억 속에
눌려있던 것이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 신체 감각 기반 감정 단서 기록 루틴
- 감정 없는 장면 일기 루틴
- 내 감정 단어 사전 만들기 루틴
이 세 가지는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감정이 자연스럽게 깨어날 수 있는 회복 경로를 만들어준다.
당신이 지금 감정을 모른다고 느끼는 건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감정을 감지하는 감각이 잠시 멈춘 상태일 뿐이다.
그 감각은 충분히 다시 깨어날 수 있다.
단, 억지로는 안 된다.
천천히, 작게, 조용히 다가가는 루틴이 필요하다.
감정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당신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 감정은 말 대신, 몸으로, 행동으로, 한숨으로 표현되고 있었을지 모른다.
이제 그 감정에 다시 한 번 작은 이름을 붙여보자.
말이 떠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그 감정을 지켜보는 루틴만으로도 당신의 감정은 조금씩 깨어날 것이다.
'마음메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메모리]감정이 쉽게 무너지는 환경에서 나를 지키는 법 – 스트레스 상황 감정 방어 루틴 3단계 (0) | 2025.07.03 |
---|---|
[행복메모리]타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법 – 감정 독립 루틴 3단계 (0) | 2025.07.03 |
[행복메모리]감정 루틴은 결국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가 – 삶을 재설계하는 감정 습관의 힘 (0) | 2025.07.02 |
[행복메모리]감정 루틴이 흔들릴 때 다시 회복하는 법 – 실천력 회복 루틴 3단계 (0) | 2025.07.02 |
[행복메모리]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주도하는 법 – 감정 자율성을 높이는 루틴 3단계 (0) | 2025.07.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