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메모리]감정 루틴이 삶이 되었을 때 –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3가지 내면 변화
서론 – 감정 루틴은 더 이상 루틴이 아니다
감정 루틴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것이 ‘감정 정리’, ‘감정 회복’, 혹은 ‘감정 치유’를 위한 실천 도구였다.
매일 감정을 적고, 분석하고, 나를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그 루틴이 반복될수록 감정은 예전처럼 통제 불가능하지 않았고, 불안, 분노, 슬픔, 자책 같은 감정들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 루틴은 단순한 감정 관리 도구가 아니게 되었다.
감정 루틴은 어느새 나의 생각 방식, 선택 기준, 인간관계 방식 전반을 바꾸는 시스템이 되었고, 이제는 별도로 노력하지 않아도
‘감정을 먼저 인식하고 말하는 습관’이 일상 속에 녹아들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감정 루틴을 오래 실천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이 완전히 안정되거나, 모든 갈등이 사라지거나, 감정 기복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자문했다.
“감정을 다룰 수 있게 된 삶은 과연 어떤 삶일까?”
이 글은 그 질문에 대한 스스로의 답변이기도 하다.
이번 글에서는 감정 루틴이 삶에 깊이 스며들었을 때 나타나는 3가지 내면의 변화를 정리해 본다.
그 변화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삶의 깊이를 조용히 바꾸고 있었다.
변화 ① 감정의 기복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감정의 의미가 달라진다
감정 루틴을 꾸준히 실천해도 감정의 기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은 여전히 살아 있고, 때론 예전보다 더 강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달라진 건, 그 감정에 붙는 ‘의미’와 ‘태도’다.
예전엔 불안하면 “또 내가 잘못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지금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신호야”라고 해석한다.
예전엔 슬픔이 오면 “나는 약한 사람이야”라고 여겼다면, 지금은 “이 관계에서 내가 소중하게 여긴 것이 무너졌기 때문이야”
라고 자각한다.
즉, 감정 자체가 변한 게 아니라 감정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이 변화는 작지만 강하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감정을 해석하고 구조화하는 관점이 내면화되었기 때문에, 감정이 더 이상 삶의 위협이나 위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감정은 여전히 파도처럼 오고 간다.
하지만 그 파도를 바라보는 시선이 공포에서 이해로, 저항에서 수용으로 바뀌었다.
이것이 감정 루틴이 삶에 스며들었을 때 생기는 가장 큰 내면 변화 중 하나다.
변화 ②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
감정 루틴 초반엔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흔들리면 안 된다”는 어떤 긴장감이 늘 있었다.
감정이 올라오면 기록하고 해석하고 그 흐름을 빠르게 정리해야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감정을 조절하기보다 함께 있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감정이 올라왔을 때 그 감정이 내 안에 머물게 내버려두는 것.
감정을 피하려고 하지 않고, 억누르려고도 하지 않고, 조용히 함께 앉아 있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이건 단순한 감정 조절력이 아니다.
감정을 함께 견딜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이 생겼다는 뜻이다.
예전엔 감정을 숨기거나 무시하거나 혹은 폭발시키는 방식으로만 대응했다면, 지금은 감정의 파동을 몸으로 느끼면서도
그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유와 거리가 생겼다.
그 변화는 아주 미세하지만 내 삶 전체에 강력한 안정감을 주는 정서적 자립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변화 ③ 감정은 나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연결하는 도구가 된다
감정 루틴을 지속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감정을 자기 표현의 언어가 아니라, 관계를 위한 연결 도구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초반엔 감정은 나의 상처, 결핍, 트라우마를 설명하는 도구였다.
하지만 감정을 들여다보고, 기록하고, 이해하는 루틴이 깊어지면서 감정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관계, 삶의 가치, 연결의 방식을
찾아가는 이정표가 되었다.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서운해. 그런데 그 감정은 너 때문이 아니라, 내가 이 관계를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이야.”
감정은 책임을 돌리기 위한 무기가 아니라, 내 마음의 위치를 보여주는 지도가 된다.
이런 태도는 관계에서도 변화로 이어진다.
- 갈등을 피하지 않고,
- 상처받았다고 해서 무너지지도 않고,
- 상대에게 감정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내 감정을 버리지 않는 방식으로 정서적 연결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감정은 나를 설명하는 것도, 숨겨야 할 것도 아니다.
감정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타인과 연결해주는 투명한 도구다.
결론 – 감정을 다룬다는 건, 감정과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다
감정 루틴을 시작했던 이유는 감정이 괴로웠기 때문이다.
그 감정을 이겨내고 싶었고, 다시는 휘둘리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루틴을 반복하고, 감정을 기록하고, 삶에 감정의 흐름을 관찰하고 나니 나는 더 이상 감정을 ‘극복’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다.
감정이 왔다고 놀라지 않고, 감정이 흔든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고, 감정이 복잡하다고 해서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내면의
여유와 명료함이 생겼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한
- 감정의 해석 구조 변화
- 감정과 함께 머무는 태도
- 감정을 연결 도구로 전환하는 삶의 시선
이 세 가지는 감정 루틴이 단순한 실천을 넘어 삶의 중심 철학으로 전환되었을 때 생기는 깊이 있는 내면 변화다.
감정을 다룬다는 건, 감정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감정이 찾아왔을 때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행동을 선택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감정 루틴을 실천하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감정에 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가장 용기 있는 삶의 방식을 선택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삶은 결코 가볍진 않지만, 진짜로 단단하고 따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