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메모

[행복메모리]감정을 잘 다룰수록 감정이 무뎌지는 이유 – 감정 회피를 피하는 3단계 점검 루틴

happymemoy 2025. 7. 5. 08:04

 서론 – 감정 루틴이 오히려 감정을 마비시키는 순간이 있다

감정을 잘 다룬다는 건 더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그것만으로도 삶의 안정감이 생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감정 루틴이 마치 감정을 ‘컨트롤’하는 기술처럼 변질되기 시작한다.

나는 분노를 참을 수 있게 되었고, 슬픔을 이성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고, 불안을 기록하고 나면 어느 정도 무뎌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뻐야 할 순간에도 무덤덤했고, 감사하거나 설레야 할 때도 아무 감정이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감정을 조절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은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않고 건너뛰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감정 루틴 실천자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고급 함정이다.
감정을 억제하거나 참으려는 게 아니라, 너무 잘 다루게 되면서 감정 자체를 무시하거나 무력화시키는 상태가 찾아오는 것이다.

이번 글은 감정 루틴이 감정을 회피하는 도구로 바뀌지 않도록 감정 무감각을 피하고 감정 민감도를 회복하는 점검 루틴 3단계

소개한다.

감정이 무뎌진 남성

 

 1단계 – 감정 루틴을 ‘기능’으로만 쓰고 있는지 점검한다

 

감정 루틴을 지속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감정을 처리해야 할 과업처럼 다루게 된다.
오늘의 감정 기록 완료, 감정 단어 분류 완료, 반응 해석 완료.
이런 식으로 감정 루틴이 ‘투두 리스트’로 변할 때 우리는 감정을 실제로 ‘느끼지 않고 해석만’ 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먼저 감정 루틴 자체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다음은 그 체크리스트다.

  • 오늘 감정을 쓰면서, 실제로 감정이 느껴졌는가?
  • 감정 기록을 할 때 몸의 반응이나 호흡의 변화를 인식했는가?
  • 감정에 대해 쓸 때, 그것이 이야기였는가, 아니면 데이터였는가?

만약
“그냥 했던 일 정리하는 느낌이었다”,
“그때 감정이 뭐였는지 잘 기억 안 나지만 적었다”,
“감정 기록이 습관처럼 흘러갔다”
이런 반응이 나온다면, 지금의 감정 루틴은 감정을 마주하는 게 아니라 감정을 관리하는 기능 도구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루틴은 반복될수록 예측 가능해지지만, 감정은 예측할 수 없을 때 진짜 살아 있다.
그 감정이 아직 루틴 속에 살아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2단계 – 감정을 해석하지 말고 ‘느끼는 루틴’을 추가한다

 

감정 루틴의 장점은 감정을 빠르게 인식하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정을 해석하는 것만으로는 그 감정을 통과하는 경험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감정을 인식하자마자
바로 해석하고 정리하려 든다.

“아, 이건 내가 기대가 무너져서 느끼는 실망이군.”
그리고 거기서 감정을 종료한다.

 

하지만 감정은 단지 ‘이해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경험되어야 할 상태’다.
그래서 나는 하루 중 10분, 감정을 해석하지 않고 그 감정 그대로 몸으로 느끼는 루틴을 도입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1. 오늘 가장 강했던 감정 하나를 고른다
  2. 그 감정이 몸 어디에 있는지 찾아본다
  3. 호흡을 그 부위로 집중시키며, 그 감정과 함께 1~2분 머문다
  4. 해석하지 않고 그냥 “있다”는 상태만 유지한다

예시)

  • 감정: 외로움
  • 신체 부위: 가슴 중앙
  • 느끼는 방식: 가슴이 조이듯 답답하지만, 나를 비워낸 공간처럼 느껴짐

이 루틴은 감정을 ‘처리’가 아니라 ‘체험’하는 방식으로 회복시킨다.
그리고 이 경험은 감정을 해석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자기 연결을 만들어낸다.

 

 3단계 – 감정 루틴에 ‘감정 없는 하루’도 포함시킨다

 

감정 루틴 실천자들이 종종 빠지는 오류가 있다.
바로 “매일 반드시 감정 루틴을 해야 한다”는 무언의 강박이다.
그런데 감정은 늘 정리되지도 않고, 늘 언어화되지도 않는다.
어떤 날은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날도 있다.
그건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진짜 감정이 움직이는 신호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감정 루틴에 ‘감정 없는 하루 기록’을 의도적으로 포함시킨다.

방법은 이렇다:

  • 오늘은 감정이 떠오르지 않거나, 기록할 수 없는 날이라는 걸 인정한다
  •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졌다면, 그걸 그대로 적는다
  • 그날의 감정을 굳이 ‘이름 붙이지 않고’ 단어로만 남긴다
  • 예시: “텅 빈 느낌, 어딘가 서늘함, 말로 설명 불가”

이런 루틴을 실행하면 감정 루틴이 ‘완성해야 할 목록’이 아니라 나와 감정 사이의 유연한 대화 통로로 복원된다.

무감각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늘 감정을 명확히 해석하고 말로 정의해야 한다는 정신적 긴장 때문이다.
그 긴장을 내려놓는 순간 감정은 더 자유롭고 명료하게 돌아온다.

 

 결론 – 감정을 잘 다룬다는 건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니라, 더 깊이 경험하는 것이다

 

감정 루틴을 오래 실천하다 보면 우리는 감정을 인식하고 정리하는 데 익숙해진다.
그러다 보면 감정이 마치 데이터처럼 다뤄지고, 해석되자마자 사라져야 할 문제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경험해야 할 인간적인 흐름이다.

이번 글에서 소개한

  • 감정 루틴 점검 체크
  • 감정 해석 대신 감각 중심 루틴
  • 감정 없는 날 기록 루틴
    이 세 가지는 감정 루틴이 기능화되면서 생기는 감정 무감각 현상을 예방하고 회복하는 실천 루틴이다.

감정을 잘 다룬다는 건 감정을 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온전히 머물 수 있게 허락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허락 안에서 우리는 다시 살아 있는 감정, 생생한 감정, 우리 존재의 진짜 중심을 만나게 된다.

감정을 조용히 따라가라.
그 감정이 지금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
그건 감정이 사라진 게 아니라 너무 오래, 너무 정교하게 눌러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늘 하루, 감정 루틴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감정이 당신 안에 있다는 걸 놓치지 말자.

그것만으로도 감정은 다시 말 걸 준비를 시작한다.